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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1)

  • 등록일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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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

사랑

사랑을 소유할 수 있는가? 사랑은 추상적인 개념으로써 실제로 존재하는 것은 사랑의 행위뿐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생산적인 활동이다. 그 대상이 무엇이든 간에 배려하고 알고자 하며

그에게 몰입하고 그 존재를 입증하며 그를 보고 즐거워하는 모든 것을 내포한다

그것은 그를 소생시키며 그의 생동감을 증대시킨다. 사랑은 소생과 생장을 낳는 과정이다.

소유양식으로 체험되는 사랑은 사랑하는 대상을 구속하고 가두며 지배함을 의미한다.

이런 종류의 사랑은 생명감을 불러일으키기는커녕 목을 조여서 마비시키고 질식시켜서 죽이는 행위이다.

사랑이라고 부르는 것도 사실상 사랑의 부재를 은폐하려는 내용의 오용된 표현이다.

결혼생활에 대해서도 같은 말을 할 수 있다. 사랑을 바탕으로 결혼했든 전통적 방식으로 사회적 인습에 따라서

 결혼했든 간에 서로 진정으로 사랑하는 부부는 예외인 듯이 보인다.

사회적인 편의, 전통, 경제적 타산, 자식에 대한 공유의 관심, 상호간의 의존

또는 두려움이나 증오가 의식적으로 사랑으로 체험된다.

오늘날 사람들이 많이 현실적이고 냉철해져서 많은 이들이 이미 사랑을 전제로 한 성적 매력을 주고받지 않으며 

친절하기는 해도 거리를 둔 공동관계를 사랑과 맞먹는 것이라고 여긴다

이 새로운 관점은 한결 정직한 면을 지니고 있고-파트너를 더 자주 바꾸는 현상을 낳았다.

사랑에 빠짐이라는 개념 자체는 모순을 내포하고 있다.

사랑하고 있음은 생산적 활동상태이므로 사랑 안으로 들어서거나 그 안에 자리잡을 수는 있겠지만, 그 속에 빠질 수는 없다

구애를 하는 기간에는 그 어느 편이나 상대방에 대해서 자신감이 없다

연인들은 서로 상대방의 마음을 사려고 고심한다

그들은 생기에 넘치고 매력적이며 관심을 돋우고 아름답기까지 한다

생동감은 항상 아름다운 얼굴을 만드는 법이니까, 아직은 어느 쪽도 상대방을 소유하고 있지 않다.

다시 말하면 상대방에게 무엇이든 베풀고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려는 데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결혼과 더불어서 상황은 근본적으로 변한다

결혼의 약속은 쌍방에게 상대방의 육체, 감정, 관심을 독점할 권리를 부여한다

이제부터는 그 어느 편도 상대방의 마음을 사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 사랑은 소유하고 있는 무엇, 하나의 재산이 되었기 때문이다.

두 사람 사이에는 사랑을 일깨우려는 노력도, 사랑스러운 존재가 되려는 노력도 수그러든다.

그들은 권태로워지고 각자 지녔던 아름다움도 소멸된다. 그들은 이제 예전의 그들이 아닌 것일까?

그들은 흔히 변해버린 관계의 원인을 상대방에게서 찾으려고 들며 자신이 속았다는 느낌에 젖는다.

그들이 깨닫지 못하는 점은 두 사람 모두 서로 사랑에 빠졌던 그때와는 이미 같은 인간이 아니라는 사실,

사랑을 소유할 수 있으리라는 그릇된 기대감이 결국 사랑을 정지시켰다는 사실이다.

지금 그들은 서로를 조율하며 서로 사랑하는 대신, 그들이 가지고 있는 것

이를테면 돈, 사회적 지위, 가정, 자식을 공유한다. 따라서 사랑으로 시작된 결혼도 때로는 우호적인 공동자산체,

즉 두 개의 자기중심주의가 합자한 가정이라는 법인체로 변질된다. 아니면 이 법인체의 주주들은 흘러가버린 

감정이 소생하기를 갈망하면서 다른 상대라면 자신의 열망을 채워주리라는 망상에 자신을 맡긴다

그러면서 자신이 바라는 것은 오로지 사랑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그들에게 사랑은 한낱 우상이요 그 앞에 굴종하려는 여신일 뿐

자신의 존재의 표현이 아니다. 그들이 사랑에 실패하는 것은 필연적이다. 왜냐하면 모름지기 사랑은 자유의 자식이기 때문이다.

사랑이라는 여신을 숭배하는 사람은 그렇게 너무나 수동적인 위치로 떨어져 버려서 결국 권태로운 인간이 되고

그나마 지니고 있던 지난날의 매력도 상실하게 된다.

이런 여러 가지 예를 확인했다고 해서 결혼의 형태가 서로 사랑하는 두 사람을 위한 최선의 길이라는 사실이 배제되지는 않는다

문제는 결혼이라는 형태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두 배우자의 소유지향적 성격구조에 그리고 궁극적으로 그들이 살고 있는 사회구조에 있다.

그룹 결혼, 파트너 교환, 그룹 섹스 등 현대적 형태의 공동생활 제창자들은 내가 보는 한 한 인간을 진정으로 사랑하기보다는 

파트너의 숫자를 늘려서 끊임없는 새로운 자극으로 권태를 물리침으로써 사랑의 난점을 기피하려는 사람들이다.